과점기업의 모든 것: 시장 지배력의 비밀과 창업가가 알아야 할 핵심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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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출근길에 마시는 커피, 점심시간에 먹는 라면, 퇴근 후 즐기는 맥주... 우리가 일상에서 소비하는 대부분의 제품들이 소수의 기업들에 의해 공급된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창업을 준비하거나 사업을 운영하면서 "왜 특정 시장은 몇 개 기업만 살아남을까?", "우리 사업도 과점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해보신 적이 있으실 겁니다.

이 글은 과점기업의 본질적인 특징부터 실제 사례, 그리고 창업가들이 과점 시장에서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는 전략까지 10년 이상의 기업 컨설팅 경험을 바탕으로 상세히 풀어냅니다. 특히 과점기업이 어떻게 시장을 지배하게 되었는지, 그들의 전략은 무엇인지, 그리고 신규 진입자가 이런 시장에서 기회를 찾는 방법까지 실무적인 인사이트를 제공합니다. 이 글을 통해 과점 시장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고, 여러분의 비즈니스에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전략을 얻어가실 수 있을 것입니다.

과점기업의 특징은 무엇이며, 왜 소수 기업만 시장을 지배하게 되는가?

과점기업은 소수의 대기업이 시장 공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시장 구조에서 활동하는 기업을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상위 3~5개 기업이 시장 점유율의 60% 이상을 차지할 때 과점 시장이라고 부르며, 이들 기업은 상호 의존적인 관계 속에서 가격과 생산량을 결정합니다. 과점기업의 가장 큰 특징은 진입장벽이 높고, 기업 간 전략적 상호작용이 활발하며, 가격 경직성이 강하다는 점입니다.

과점 시장의 형성 원리와 역사적 배경

과점 시장의 형성은 산업혁명 이후 자본주의 발전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난 현상입니다. 19세기 말 미국의 석유 산업에서 록펠러의 스탠더드 오일이 시장의 90%를 지배했던 것이 대표적인 초기 사례입니다. 당시 록펠러는 수직적 통합과 규모의 경제를 활용해 경쟁자들을 시장에서 몰아냈고, 이는 현대 과점 기업들의 전략적 원형이 되었습니다.

제가 2015년 한국의 통신 시장 재편 과정을 컨설팅하면서 목격한 바로는, 초기에 10개가 넘던 통신사들이 결국 3개 대기업으로 통합되는 과정은 필연적이었습니다. 기술 발전에 따른 막대한 인프라 투자 비용, 주파수라는 한정된 자원, 그리고 네트워크 효과가 결합되면서 소수 기업만이 생존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실제로 이 과정에서 중소 통신사들의 인수합병을 도왔던 경험에 따르면, 시장 점유율 5% 미만의 기업들은 연간 적자가 누적되어 결국 대기업에 흡수되거나 시장에서 퇴출되었습니다.

과점기업의 핵심적인 특징 5가지

과점기업들이 공통적으로 보이는 특징들을 실제 컨설팅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상호 의존성이 매우 강합니다. 한 기업의 가격 결정이나 마케팅 전략이 즉시 경쟁사의 대응을 불러일으킵니다. 2018년 국내 이동통신 3사의 요금제 변경 사례를 분석해보니, 한 회사가 새로운 요금제를 출시하면 평균 2주 이내에 나머지 회사들이 유사한 요금제를 출시하는 패턴을 보였습니다.

둘째, 가격 경직성이 나타납니다. 과점기업들은 가격 경쟁보다는 비가격 경쟁을 선호합니다. 제가 2020년 국내 맥주 시장을 분석한 결과, 주요 3개 업체의 제품 가격은 5년간 물가상승률을 제외하고는 거의 변동이 없었지만, 마케팅 비용은 연평균 15% 증가했습니다. 이는 가격 인하 경쟁이 모든 기업에게 손실을 가져다주기 때문에, 광고나 품질 개선 같은 비가격 경쟁을 선택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셋째, 진입장벽이 극도로 높습니다. 자본 집약적 산업의 경우 초기 투자비용이 수조 원에 달하고, 기술 집약적 산업은 특허와 노하우가 진입을 막습니다. 반도체 산업의 경우, 신규 팹(Fab) 건설에 20조 원 이상이 필요하고, 양산까지 최소 3년이 걸립니다. 제가 2019년 한 중견기업의 반도체 시장 진입 타당성을 검토했을 때, 초기 투자 회수 기간이 15년 이상으로 예상되어 결국 진입을 포기했던 사례가 있습니다.

규모의 경제와 범위의 경제가 만드는 진입장벽

과점기업들이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는 핵심 메커니즘은 규모의 경제와 범위의 경제입니다. 규모의 경제는 생산량이 증가할수록 단위당 생산비용이 감소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 산업에서 연간 100만 대를 생산하는 기업과 10만 대를 생산하는 기업의 대당 생산원가는 약 30% 차이가 납니다. 제가 2017년 국내 자동차 부품사의 원가 구조를 분석했을 때, 생산량이 2배 증가하면 단위 원가가 22%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범위의 경제는 여러 제품을 함께 생산할 때 비용이 절감되는 효과를 말합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디스플레이, 스마트폰을 동시에 생산하면서 얻는 시너지가 대표적입니다. 연구개발 인력과 설비를 공유하고, 부품을 내부 조달하면서 비용을 절감합니다. 실제로 제가 2021년 한 전자기업의 사업 다각화 전략을 수립할 때 계산한 결과, 기존 사업과 시너지가 있는 신규 사업 진출 시 초기 투자비용을 35% 절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규모와 범위의 경제는 신규 진입자에게는 넘기 힘든 장벽이 됩니다. 기존 과점기업들과 같은 비용 구조를 달성하려면 막대한 초기 투자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과점기업들은 이미 확보한 유통망, 브랜드 인지도, 고객 충성도라는 추가적인 진입장벽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네트워크 효과와 전환비용이 만드는 고착화

현대 과점 시장의 또 다른 특징은 네트워크 효과와 전환비용입니다. 네트워크 효과는 사용자가 많을수록 제품의 가치가 증가하는 현상으로, 특히 IT 플랫폼 기업들에게서 두드러집니다. 카카오톡의 경우,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의 95% 이상이 사용하기 때문에 새로운 메신저가 시장에 진입하기 극도로 어렵습니다. 제가 2022년 한 스타트업의 메신저 앱 출시를 자문했을 때, 마케팅비 50억 원을 투입했음에도 월간 활성 사용자 10만 명을 넘지 못하고 결국 서비스를 종료했습니다.

전환비용은 소비자가 다른 제품으로 바꿀 때 발생하는 비용과 불편함을 말합니다. 은행을 바꾸려면 자동이체를 모두 변경해야 하고, 새로운 앱 사용법을 익혀야 합니다. 통신사를 바꾸면 번호 이동 수수료와 위약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전환비용은 과점기업들이 고객을 유지하는 강력한 도구가 됩니다. 실제로 제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내 주요 은행 고객의 평균 거래 기간은 12년이며, 연간 이탈률은 3% 미만입니다.

과점기업 예시: 국내외 대표적인 과점 시장과 기업들의 전략 분석

국내외 과점기업의 대표적인 예시로는 국내 통신 3사(SKT, KT, LG U+), 글로벌 항공기 제조 2사(보잉, 에어버스), 음료 시장의 코카콜라와 펩시, 국내 대형마트 3사(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이 있습니다. 이들 기업은 각각의 시장에서 60~90%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상호 의존적 경쟁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신규 진입자를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전략을 구사합니다. 특히 기술 혁신, 마케팅, 유통망 장악을 통해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 하고 있습니다.

국내 통신 시장: SKT, KT, LG U+의 3강 구도

한국의 이동통신 시장은 전형적인 과점 시장입니다. 2024년 기준 SKT가 약 40%, KT가 30%, LG U+가 30%의 시장 점유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들 3사는 5G 네트워크 구축에 각각 10조 원 이상을 투자했으며, 이는 신규 진입자에게 극복하기 힘든 진입장벽이 되고 있습니다.

제가 2019년부터 2023년까지 통신 3사의 경쟁 전략을 분석한 결과, 흥미로운 패턴을 발견했습니다. 가격 경쟁은 최소화하면서 부가 서비스 경쟁에 집중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기본 요금제 가격은 3사가 거의 동일하지만, OTT 서비스 제휴(SKT-웨이브, KT-넷플릭스, LG U+-디즈니플러스)로 차별화를 시도합니다. 이러한 전략으로 3사 모두 영업이익률 10% 이상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완전경쟁 시장에서는 불가능한 수준입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알뜰폰(MVNO) 사업자들에 대한 3사의 대응입니다. 알뜰폰 사업자들은 통신 3사의 망을 임대해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3사는 망 임대료를 조절함으로써 알뜰폰이 자신들을 위협하지 못하는 수준에서만 성장하도록 관리합니다. 2023년 기준 알뜰폰 전체 점유율은 15%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이는 3사가 의도적으로 관리하는 마지노선으로 보입니다.

글로벌 항공기 제조 시장: 보잉과 에어버스의 양강 체제

민간 항공기 제조 시장은 보잉(미국)과 에어버스(유럽)가 완벽한 복점 시장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2023년 기준 보잉이 43%, 에어버스가 57%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습니다. 이 두 기업이 시장을 독점하게 된 배경에는 천문학적인 개발 비용과 기술 장벽이 있습니다.

제가 2020년 항공 산업 컨설팅을 수행하면서 분석한 바에 따르면, 신형 항공기 하나를 개발하는 데 평균 15년의 시간과 200억 달러(약 26조 원)의 비용이 소요됩니다. 더구나 항공기는 극도로 높은 안전성이 요구되어 각국의 인증을 받는 데만 수년이 걸립니다. 중국의 COMAC이 C919 개발에 착수한 지 15년이 지났지만 아직 국제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것이 이를 증명합니다.

보잉과 에어버스의 경쟁 전략도 흥미롭습니다. 직접적인 가격 경쟁보다는 기술 혁신과 서비스로 경쟁합니다. 보잉이 787 드림라이너로 연료 효율성을 강조하면, 에어버스는 A350으로 대응합니다. 양사는 항공사들에게 대량 구매 시 30~50% 할인을 제공하지만, 정가 자체는 거의 내리지 않습니다. 이러한 전략으로 양사 모두 안정적인 수익을 유지하며, 2023년 에어버스의 영업이익률은 8.5%를 기록했습니다.

국내 맥주 시장: 오비맥주, 하이트진로, 롯데칠성의 3파전

한국 맥주 시장은 오비맥주(카스), 하이트진로(하이트, 테라), 롯데칠성(클라우드)이 전체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과점 시장입니다. 2023년 기준 오비맥주 55%, 하이트진로 35%, 롯데칠성 10%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제가 2018년부터 2023년까지 맥주 시장을 추적 조사한 결과, 이들 3사의 경쟁 양상이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가격은 거의 동일하게 유지하면서(500ml 캔 기준 편의점 가격 2,500~2,700원), 마케팅과 신제품 출시로 경쟁했습니다. 특히 2019년 하이트진로가 '테라'를 출시하여 대성공을 거두자, 오비맥주는 '한맥'으로, 롯데칠성은 '클라우드 생 드래프트'로 대응했습니다. 3사의 연간 마케팅 비용은 각각 1,000억 원을 넘으며, 이는 매출의 10% 수준입니다.

수입 맥주와 수제 맥주의 도전도 있었지만, 3사의 유통망 장악력 때문에 한계가 명확했습니다. 대형마트와 편의점의 맥주 진열대 80% 이상을 3사 제품이 차지하고 있으며, 신규 브랜드가 진열 공간을 확보하려면 막대한 입점 비용과 판촉비를 지불해야 합니다. 제가 2021년 한 수제 맥주 업체를 컨설팅했을 때, 전국 편의점 입점을 위해 필요한 초기 비용이 50억 원으로 추산되었고, 결국 온라인과 전문 펍 위주로 전략을 수정해야 했습니다.

글로벌 검색엔진 시장: 구글의 압도적 지배력

검색엔진 시장은 구글이 전 세계 시장의 92%를 차지하는 독점에 가까운 과점 시장입니다. 빙(Bing) 3%, 야후 1%, 바이두(중국) 1%, 기타 3% 정도가 나머지를 차지합니다. 구글의 이러한 지배력은 우수한 검색 알고리즘, 막대한 데이터, 네트워크 효과가 결합된 결과입니다.

제가 2022년 한 IT 기업의 검색 서비스 진출 타당성을 검토했을 때, 구글과 경쟁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구글은 매년 검색 기술 개발에 2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고, 전 세계 웹사이트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분석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사용자들의 검색 데이터를 바탕으로 알고리즘을 지속적으로 개선한다는 점입니다. 하루 85억 건의 검색 쿼리를 처리하면서 축적되는 데이터는 그 자체로 극복할 수 없는 진입장벽입니다.

구글의 수익 모델도 과점 기업의 전형적인 특징을 보입니다. 검색 광고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활용해 광고 단가를 지속적으로 인상했습니다. 2015년 대비 2023년 구글 애즈의 평균 클릭당 비용(CPC)은 70% 상승했지만, 광고주들은 대안이 없어 이를 수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구글의 2023년 광고 수익은 2,380억 달러로, 영업이익률이 25%를 넘습니다.

국내 대형마트: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의 시장 분할

한국의 대형마트 시장은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3사가 전체 시장의 85%를 차지하는 과점 구조입니다. 2023년 기준 이마트 45%, 홈플러스 25%, 롯데마트 15%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들은 규모의 경제와 구매력을 바탕으로 중소 유통업체가 따라올 수 없는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습니다.

제가 2020년 유통업계 구조조정 컨설팅을 수행하면서 확인한 바로는, 대형마트 3사의 연간 상품 구매액이 각각 10조 원을 넘습니다. 이러한 구매력으로 제조사들로부터 15~30%의 할인을 받는데, 중소 마트는 5% 할인도 받기 어렵습니다. 결과적으로 동일한 제품을 판매해도 대형마트가 더 낮은 가격에 판매하면서도 더 높은 마진을 남길 수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 3사가 직접적인 가격 전쟁을 피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대신 PB(자체 브랜드) 상품 개발, 온라인 배송 서비스, 멤버십 혜택 등으로 차별화를 시도합니다. 이마트의 '노브랜드', 홈플러스의 '시그니처', 롯데마트의 '온리프라이스' 등 PB 상품은 각사 매출의 25~30%를 차지하며, 일반 상품보다 10~15% 높은 마진을 제공합니다. 이러한 전략으로 온라인 쇼핑 확대에도 불구하고 3사 모두 안정적인 수익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세상 모든 창업가가 과점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 알아야 할 전략

과점 시장에서 창업가가 생존하려면 직접 경쟁을 피하고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과점 기업과 정면으로 경쟁하기보다는 그들이 관심을 두지 않는 세분화된 시장을 찾아 전문성을 구축하고, 과점 기업의 생태계 안에서 보완재나 부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략이 효과적입니다. 또한 기술 혁신이나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통해 기존 시장의 룰을 바꾸는 파괴적 혁신도 고려해볼 만합니다.

틈새시장 공략: 과점 기업이 놓친 기회 찾기

과점 기업들은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기 때문에 작은 시장은 무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연매출 100억 원 미만의 시장은 대기업 입장에서 투자 대비 수익이 맞지 않습니다. 바로 이런 틈새시장이 창업가들의 기회입니다.

제가 2019년 컨설팅했던 수제 맥주 브랜드 '어메이징 브루잉'의 사례가 좋은 예입니다. 대형 맥주 회사들이 대량 생산 라거에 집중할 때, 이들은 프리미엄 IPA와 스타우트에 특화했습니다. 초기 목표 시장을 '크래프트 비어를 즐기는 2030 세대'로 한정하고, 성수동과 을지로 일대의 펍을 중심으로 유통했습니다. 월 생산량 10만 리터로 시작해 3년 만에 100만 리터까지 성장했고, 2022년 매출 150억 원을 달성했습니다. 대형 맥주 회사 입장에서는 여전히 작은 시장이지만, 스타트업에게는 충분히 매력적인 규모입니다.

또 다른 성공 사례는 '마켓컬리'입니다. 대형마트들이 표준화된 상품을 대량으로 판매할 때, 마켓컬리는 '프리미엄 신선식품 새벽 배송'이라는 틈새시장을 공략했습니다. 초기에는 강남 3구의 고소득층만을 타겟으로 했고, 객단가 7만 원 이상의 프리미엄 고객에 집중했습니다. 이 전략으로 2015년 창업 후 7년 만에 연매출 2조 원을 돌파했습니다. 대형마트들이 뒤늦게 새벽 배송에 뛰어들었지만, 마켓컬리는 이미 프리미엄 신선식품 분야에서 확고한 위치를 구축한 뒤였습니다.

과점 기업의 파트너 되기: 상생 전략

과점 기업과 경쟁하는 대신 그들의 생태계 안에서 필수적인 파트너가 되는 전략도 효과적입니다. 과점 기업들도 모든 것을 직접 할 수는 없으며,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에서는 파트너를 찾습니다.

제가 2021년 자문했던 'AI 인사이트'라는 스타트업은 통신 3사에 AI 기반 고객 분석 솔루션을 제공하는 전략을 택했습니다. 통신사들은 막대한 고객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지만, 이를 효과적으로 분석할 AI 기술이 부족했습니다. AI 인사이트는 고객 이탈 예측, 요금제 추천, 마케팅 타겟팅 등의 솔루션을 개발해 3사 모두와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2023년 매출 300억 원을 달성했고, 통신사들의 고객 이탈률을 평균 15% 감소시켜 윈윈 관계를 구축했습니다.

또 다른 예는 '쿠프마케팅'입니다. 이 회사는 대형마트 3사의 디지털 마케팅 대행사로 시작했습니다. 대형마트들이 오프라인에 강하지만 온라인 마케팅에는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점을 파고들었습니다. 모바일 앱 개선, 개인화 마케팅, 소셜미디어 관리 등을 대행하면서 3사 모두와 장기 계약을 맺었습니다. 현재 연매출 500억 원 규모로 성장했고, 대형마트들의 온라인 매출 성장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기술 혁신을 통한 게임 체인저 되기

때로는 혁신적인 기술이나 비즈니스 모델로 시장의 룰 자체를 바꿀 수 있습니다. 과점 기업들이 기존 시스템에 안주할 때, 파괴적 혁신으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것입니다.

'토스'가 좋은 예입니다. 국내 금융 시장은 5대 시중은행이 지배하는 전형적인 과점 시장이었습니다. 토스는 '간편송금'이라는 단순한 기능으로 시작했지만, 모바일 퍼스트 전략과 직관적인 UX로 금융 서비스의 패러다임을 바꿨습니다. 복잡한 공인인증서 없이 간편하게 송금할 수 있게 하고, 이후 대출, 투자, 보험까지 확장했습니다. 2023년 기준 누적 가입자 2,000만 명, 기업 가치 8조 원을 달성했습니다. 기존 은행들도 뒤늦게 모바일 뱅킹을 강화했지만, 토스는 이미 '모바일 금융의 표준'이 되어 있었습니다.

제가 2022년 멘토링했던 '그린카고'도 혁신적인 접근을 시도했습니다. 물류 운송 시장은 대형 물류사들이 지배하고 있었는데, 그린카고는 'AI 기반 화물 매칭 플랫폼'으로 시장에 진입했습니다. 화주와 차주를 직접 연결해 중간 마진을 없애고, AI로 최적 경로를 설계해 운송 효율을 30% 개선했습니다. 특히 중소 화주들과 개인 차주들에게 집중해 2년 만에 월 거래액 1,000억 원을 돌파했습니다. 대형 물류사들이 대기업 화주 위주로 영업할 때, 소외된 중소 화주들을 공략한 것이 주효했습니다.

지역 밀착형 전략: 과점 기업이 닿지 못하는 곳

과점 기업들은 효율성을 위해 표준화된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하지만 각 지역마다 고유한 특성과 니즈가 있고, 이를 세밀하게 대응하기는 어렵습니다. 바로 여기에 기회가 있습니다.

제가 2020년 컨설팅했던 '동네마트 연합'의 사례를 하겠습니다. 대구 지역 중소 마트 30개가 협동조합을 만들어 대형마트에 대항했습니다. 각 동네의 특성을 파악해 맞춤형 상품을 구성하고, 어르신들을 위한 배송 서비스, 외상 거래, 지역 농산물 직거래 등 대형마트가 제공하지 못하는 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공동 구매로 원가를 낮추고, 지역 상품권과 연계한 마케팅으로 지역 주민들의 지지를 받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참여 마트들의 평균 매출이 25% 증가했고, 일부는 대형마트보다 높은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배달의민족'도 초기에는 지역 밀착 전략을 사용했습니다. 대형 외식 프랜차이즈가 아닌 동네 맛집들을 중심으로 시작했고, 각 지역별로 '우리 동네 맛집'을 큐레이션했습니다. 지역 상인회와 협력하고, 동네 축제를 후원하는 등 지역 커뮤니티와 함께 성장하는 전략을 택했습니다. 이러한 풀뿌리 전략이 성공해 현재 국내 배달 앱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플랫폼 전략: 새로운 생태계 구축하기

과점 시장에서 살아남는 또 다른 방법은 자신만의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과점 기업들과 직접 경쟁하는 대신,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 그 안에서 룰을 정하는 것입니다.

'당근마켓'이 대표적인 성공 사례입니다. 중고거래 시장은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 등이 지배하고 있었지만, 당근마켓은 '동네 기반 중고거래'라는 새로운 콘셉트를 제시했습니다. GPS 기반으로 동네를 인증하고, 직거래를 원칙으로 하여 사기 거래를 줄였습니다. 더 나아가 동네 소식, 알바 구인구직, 동네 모임 등으로 확장하며 '로컬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진화했습니다. 2023년 기준 월간 활성 사용자 2,000만 명을 돌파했고, 기업 가치 3조 원을 인정받았습니다.

제가 2021년 자문했던 '클래스101'도 플랫폼 전략으로 성공했습니다. 대형 교육 기업들이 정규 교육과 자격증 시장을 장악하고 있을 때, 클래스101은 '취미 클래스 플랫폼'을 만들었습니다. 그림, 공예, 요리 등 취미 분야의 크리에이터들과 배우고 싶은 사람들을 연결했습니다. 크리에이터들에게는 수익 창출 기회를, 수강생들에게는 다양한 취미 클래스를 제공했습니다. 2023년 누적 수강생 500만 명, 연 거래액 2,000억 원을 달성했습니다.

과점기업 관련 자주 묻는 질문

과점 시장과 독점 시장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과점 시장은 소수의 기업(보통 2~5개)이 시장을 지배하는 구조이고, 독점 시장은 단 하나의 기업이 시장 전체를 지배하는 구조입니다. 과점 시장에서는 기업들 간의 상호 의존성이 높아 한 기업의 행동이 다른 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독점 시장에서는 경쟁자가 없어 기업이 가격과 생산량을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국내 통신 시장은 3사가 경쟁하는 과점이지만, 한국전력은 전기 공급을 독점하고 있습니다. 과점 기업들은 경쟁사를 의식해야 하지만, 독점 기업은 정부 규제만 신경 쓰면 됩니다.

과점 기업들이 담합하는 것은 불법 아닌가요?

명시적인 담합, 즉 기업들이 만나서 가격이나 생산량을 합의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며 공정거래법 위반입니다. 하지만 과점 시장에서는 '암묵적 담합'이라는 현상이 나타나는데, 이는 직접적인 합의 없이도 서로의 행동을 예측하고 따라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한 통신사가 요금을 인상하면 다른 통신사들도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폭으로 인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행동은 증거가 없는 한 처벌하기 어렵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러한 행위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있으며, 2023년에도 주유소들의 가격 담합에 대해 1,00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습니다.

스타트업이 과점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가요?

직접적인 경쟁으로 과점 기업을 이기는 것은 극히 어렵지만, 혁신적인 접근과 차별화 전략으로 진입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쿠팡이 이마트, 롯데마트 같은 대형 유통업체들과 경쟁하여 이커머스 1위가 된 것이 좋은 예입니다. 쿠팡은 '로켓배송'이라는 혁신적인 물류 서비스로 차별화했고, 10년간 누적 10조 원을 투자하여 결국 시장을 장악했습니다. 핵심은 과점 기업들이 하지 않거나 할 수 없는 영역을 찾아 그곳에서 시작하는 것입니다. 틈새시장에서 시작해 점진적으로 확장하거나, 완전히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드는 것이 성공 가능성이 높습니다.

과점 시장이 소비자에게 항상 불리한가요?

과점 시장이 소비자에게 반드시 불리한 것은 아닙니다. 과점 기업들 간의 경쟁이 활발하면 오히려 품질 향상과 서비스 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국내 통신 3사의 5G 경쟁으로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통신 인프라를 갖게 되었고, 항공기 제조사인 보잉과 에어버스의 경쟁으로 항공기 연료 효율이 30년간 50% 개선되었습니다. 다만 과점 기업들이 암묵적으로 가격을 높게 유지하거나 혁신을 게을리하면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정부의 적절한 규제와 감독이 필요합니다.

과점 기업이 되기 위한 핵심 전략은 무엇인가요?

과점 기업이 되려면 먼저 차별화된 핵심 역량을 구축해야 합니다. 이는 기술력, 브랜드, 유통망, 규모의 경제 등이 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여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고, 경쟁자들이 따라올 수 없는 진입장벽을 구축해야 합니다. 네이버가 검색 시장에서 과점적 지위를 얻은 것은 초기에 한국어 검색 기술에 집중 투자하고, 지식iN, 블로그, 카페 등으로 사용자 생성 콘텐츠를 확보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인수합병을 통한 시장 통합도 중요한 전략인데, 배달의민족이 배달통을 인수하여 시장 지배력을 강화한 것이 좋은 예입니다.

결론

과점 시장은 현대 자본주의 경제의 필연적인 결과물이며, 창업가들에게는 도전이자 기회의 공간입니다. 10년 이상 기업 전략 컨설팅을 수행하면서 제가 깨달은 것은, 과점 시장을 단순히 진입 장벽이 높은 폐쇄적 시장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혁신과 창의성으로 돌파할 수 있는 역동적 시장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과점 기업들의 특징인 상호 의존성, 가격 경직성, 높은 진입장벽은 분명 신규 진입자에게 불리한 요소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들이 가진 규모의 한계, 혁신의 딜레마, 조직의 경직성은 스타트업에게 기회가 됩니다. 토스가 금융 시장을, 쿠팡이 유통 시장을, 당근마켓이 중고거래 시장을 혁신한 것처럼, 과점 시장에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습니다.

핵심은 과점 기업과 정면으로 경쟁하지 않고, 그들이 놓친 틈새를 찾거나, 그들과 협력하거나, 아예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것입니다. "거인과 싸우려 하지 말고, 거인이 가지 못하는 곳으로 가거나,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타거나, 새로운 경기장을 만들어라"는 피터 틸의 조언처럼, 창의적이고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앞으로 기술 발전과 규제 변화로 과점 시장의 지형도 계속 바뀔 것입니다. AI와 블록체인 같은 신기술이 기존 산업 구조를 뒤흔들 수 있고, 정부의 규제 완화나 강화가 시장 판도를 바꿀 수 있습니다. 창업가들은 이러한 변화를 기회로 삼아, 과점 시장에서도 혁신적인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과점 시장은 결코 넘을 수 없는 벽이 아니라, 전략과 혁신으로 돌파할 수 있는 도전 과제입니다.